
하노이나 호찌민에서 아침 일찍 공원을 걷다 보면, 발끝에 감기는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기합 소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공중으로 몸을 띄워 엮은 공을 내리꽂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곳에선 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아침 풍경입니다. 바로 동남아시아의 혼이 깃든 스포츠, 세팍타크로(Sepak Takraw)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지만, 베트남 사람들에게 세팍타크로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세계 정상을 호령하는 특별한 자부심입니다.
하늘을 가르는 아찔한 곡예
세팍타크로는 말레이어의 '세팍(차다)'과 태국어의 '타크로(엮어 만든 공)'가 합쳐진 이름입니다. 배드민턴 코트 규격에서 네트를 사이에 두고 발과 무릎, 머리만으로 공을 넘기는 경기인데, 손을 전혀 쓰지 않는 족구와 배구의 결합체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보면 그 박진감에 압도당하고 맙니다. 블로킹을 피해 허공에서 몸을 360도 회전하며 때리는 '롤 스파이크'나, 등을 뒤로 젖혀 물구나무서듯 공을 내리찍는 '선싯 시저스'는 스포츠라기보다 한 편의 무술 영화 속 액션에 가깝습니다. 베트남 거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제기차기 '다꺼우(Đá cầu)'로 어릴 적부터 다져진 유연성과 발재간이 자연스레 세계적인 기량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17년의 침묵을 깬 항저우의 눈물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집니다. 여자 4인조(쿼드런트) 결승전, 상대는 동남아의 거함 인도네시아였습니다. 첫 세트를 18-21로 내주며 패색이 짙었을 때도, 코트 위 선수들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바닥에 던지는 끈질긴 리시브, 허공을 가르는 과감한 스파이크로 2세트를 뒤집고 마침내 3세트까지 따내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던 순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얼싸안고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무려 17년 만에 되찾은 값진 금메달이었습니다.
시멘트 바닥 위에서 새긴 굳은살
그 화려한 시상대 뒤편에는 쉬이 상상하기 힘든 선수들의 땀과 상처가 있었습니다. 허공으로 뛰어올라 등과 어깨로 떨어져야 하는 종목 특성상 완충 장비가 필수지만, 베트남 훈련장의 환경은 너무나 열악했습니다. 변변한 냉난방 시설 하나 없는 체육관에서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를 견뎌야 했고, 낡은 매트리스조차 부족해 딱딱한 바닥에 수천 번, 수만 번 몸을 던져야 했습니다.
온몸에 성한 곳 하나 없이 멍이 들고, 발바닥은 굳은살로 딱딱하게 굳어갔지만 스무 살 남짓한 젊은 선수들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가슴에 새겨진 금성홍기에 부끄럽지 않겠다"는 그 순수한 투지 하나로 이 모든 고통을 견뎌낸 것입니다.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 다시 한번 비상을 꿈꾸며
이제 선수들은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또 한 번 정상 수성에 나섭니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을 잇달아 석권하며 맞춘 팀워크와 끈끈한 조직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힙니다.
이번 대회 세팍타크로는 일본 나고야 팔로마 미즈호 아레나(Paloma Mizuho Arena)에서 열리며, 주요 세부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9월 20일 ~ 9월 25일: 남·여 팀 레구(단체전) 예선 및 결선 (9월 25일 금메달 결정전)
- 9월 27일 ~ 9월 29일: 남자 레구 및 여자 더블(2인조) 예선 및 결선 (9월 29일 금메달 결정전)
- 9월 30일 ~ 10월 3일: 남·여 쿼드런트(4인조) 조별 예선 및 결선 (10월 3일 최종 결승전)
특히 베트남의 디펜딩 챔피언 종목이자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여자 4인조(쿼드런트) 결승전은 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10월 3일에 펼쳐집니다.
작은 동네 공원에서 엮인 공 하나로 시작해 아시아 최정상에 오르기까지, 선수들이 흘린 피땀의 무게를 알기에 코트 위에서 펼쳐질 그들의 날갯짓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