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 SNS와 인문·자기 계발 콘텐츠에서 '평생 곁에 두어서는 안 되는 사람 순위'가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겪는 피로감과 배신의 상처를 줄이고자 하는 심리 때문입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유교적 문화와 대승 불교를 문화적 베이스로 하고 있는 나라여서 궁금해집니다.
그렇다면 오랜 유교적 전통과 끈끈한 마을 공동체 문화를 공유해 온 베트남에서는 어떤 사람을 멀리하라고 가르쳤을까요? 베트남에도 1위, 2위, 3위 식의 명확한 서열을 매긴 민족적 스승이 존재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베트남 전통 사상사에서 '손절 대상 순위'를 기계적으로 번호 매긴 단일 텍스트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관계의 위험성은 상황과 윤리에 따라 복합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인들이 '만대의 스승(Vạn thếsư biểu)'으로 추앙하는 역사적 현인들의 일화와 수백 년간 전해 내려온 격언 속에는 "반드시 멀리해야 할 인간 유형"에 대한 뚜렷한 원칙이 담겨 있습니다.
1. 베트남의 정신적 스승들이 경계한 인간 유형
베트남 지성사에서 대스승으로 꼽히는 두 인물, 추반안(Chu Văn An)과 응우옌빈키엠(Nguyễn Bỉnh Khiêm)의 가르침을 통해 그 기준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① 권력 앞에서 아첨하고 의리를 버리는 사람 (추반안의 경고)
- 인물 배경: 쩐(Trần) 왕조 시대의 대학자 추반안(1292~1370)은 하노이 문묘 국자감의 수장이자 베트남 유학의 도덕적 기둥입니다.
- 가르침의 본질: 추반안은 왕의 총애를 믿고 백성을 괴롭히며 국정을 어지럽히던 7명의 간신을 처형하라는 상소문, 이른바 ‘칠 참소(Thất trảm sớ)’를 올렸습니다.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는 미련 없이 벼슬을 버리고 산으로 은거했습니다.
- 통찰: 그는 겉으로는 군주에게 충성하는 척하지만, 뒤에서는 사리사욕을 채우고 공동체의 규범을 무너뜨리는 '아첨형 기회주의자'를 가장 위험한 인물로 보았습니다. 관계에서도 칭찬과 호의를 미끼로 신의를 갉아먹는 사람을 단호히 끊어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② 부귀와 빈천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사람 (응우옌빈키엠의 처세시)
- 인물 배경: 16세기 베트남의 예언가이자 대문호인 트랑찐(Trạng Trình) 응우옌빈키엠(1491~1585)은 복잡한 권력 다툼 속에서 세속의 덧없음을 꿰뚫어 본 현인입니다.
- 가르침의 본질: 그의 대표작 《백운국어시집(Bạch Vân quốc ngữ thi tập)》에는 물질에 휘둘리는 인간 본성을 날카롭게 풍자한 구절이 많습니다."돈이 있으면 친척도 멀리서 찾아오고, 돈이 떨어지면 형제도 남이 된다."
- 통찰: 응우옌빈키엠은 내가 잘나갈 때 몰려들고, 시련을 겪을 때 가장 먼저 등을 돌리는 '이해타산적 인물'을 곁에 두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소박한 자연 속에서 진정한 도덕과 충직한 벗을 지키는 삶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습니다.
2. 베트남 민간 지혜: 절대 곁에 두지 말아야 할 4가지 유형
베트남 사회는 전통적인 마을 공동체(Làng)를 기반으로 발전했습니다. 서로 돕는 상부상조 문화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공동체의 신뢰를 깨뜨리는 행동은 엄격한 경계의 대상이었습니다. 베트남 속담(Tục ngữ)에서 강조하는 경계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핵심 속담 및 원어 | 현대적 의미와 경계 이유 |
| 1. 배은망덕 | Ăn cháo đá bát (죽을 먹고 그릇을 걷어찬다) |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고도 상황이 나아지면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람입니다. '은혜와 의리(Nghĩa)'를 목숨처럼 여기는 베트남 문화에서 가장 경멸받는 유형입니다. |
| 2. 표리부동 | Khẩu Phật tâm xà (입은 부처이나 마음은 뱀이다) |
말로는 온갖 선행과 위로를 건네지만 마음속에는 질투와 독을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 겉모습에 속아 방심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등에 칼을 맞을 수 있습니다. |
| 3. 시기·이간질 | Ghen ăn tức ở (남의 밥그릇과 번영을 시기한다) |
이웃이나 동료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고 뒤에서 헐뜯거나 불화를 조장하는 유형입니다. 평온한 관계와 조직을 내부에서 무너뜨립니다. |
| 4. 방탕한 악영향 | Gần mực thì đen, gần đèn thì sáng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지고, 등을 가까이하면 밝아진다) |
도박, 게으름, 부정한 유혹에 빠져 주변 사람까지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는 악우(惡友)를 뜻합니다. 환경과 관계의 전염성을 경고합니다. |
3. 한국의 '손절 트렌드'와 베트남의 '인간관' 비교
오늘날 한국에서 유행하는 '인간관계 정리법'은 주로 개인의 심리적 안정, 가스라이팅 방지, 에너지 낭비 차단 등 개인 중심의 감정적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반면 베트남의 전통적 관점은 관계적 신뢰(Tín)와 의리(Nghĩa)라는 도덕률에 기반합니다.
- 베트남 사회에서 평생 곁에 둘 사람을 가리는 기준은 "나에게 당장 이득이 되는가"가 아니라, "어려운 시절(Gian nan)을 함께 견딜 도덕적 품성이 있는가"에 있습니다.
- *"Gian nan mới biết bạn hiền(어려움을 겪어봐야 어진 친구를 안다)"*는 말처럼, 위기 상황에서 신의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애초에 깊은 인연을 맺지 않는 것이 베트남식 처세술의 핵심입니다.
4. 요약: 인생에서 멀리해야 할 사람을 가려내는 법
베트남의 대스승들과 조상들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요약하면 세 가지 질문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 상대방이 곤경에 처했을 때 등을 돌린 전력이 있는가? (배은망덕의 유무)
- 이익과 권력의 유무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급변하는가? (기회주의 성향)
- 앞에서는 달콤한 말을 하면서 뒤에서는 남을 헐뜯는가? (표리부동의 태도)
누군가를 '몇 위'라는 숫자로 서열화해 재단하기보다, 상대의 중심에 신의(Tín)와 의리(Nghĩa)가 자리 잡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 이것이 베트남의 역사적 현인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인간관계의 가장 확실한 나침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