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베트남 모계 사회 전통: 소수민족 중심의 현성과 사회문화적 배경 (2025년 현황)

by jasonkang 2025. 4. 17.
반응형

베트남의 모계사회적 전통을 여전히 따르는 소수부족들

 

서론: 다양한 문화의 용광로, 베트남 속 모계 사회의 발자취

흔히 베트남 사회는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강력한 부계(父系) 중심 사회로 인식됩니다. 실제로 베트남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킨족(Kinh, Kinh tộc)은 성씨 계승, 재산 상속, 제사 등 여러 면에서 부계적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베트남 사회를 경험하다 보면, 의외로 모계사회적 모습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마치 여러 가지 사건으로 말미암아 제주도에 여성들이 많아지고 그 여성들의 생활력이 강하다 보니, 가정에서 여성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던 것과 같은 모계 사회적 모습이 있는 것이죠. 그러나 베트남이라는 다채로운 문화적 모자이크 속에는 이러한 주류적 흐름과는 다른, 독특하고 강인한 진정한 의미의 모계(母系) 사회 전통을 유지해 온 소수민족들이 존재합니다. 이들 공동체는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와 남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고유한 사회 구조와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왔습니다.

본 글에서는 베트남 내에 현존하는 모계 사회 전통의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보고, 이러한 전통이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었던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이유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또한 현대 사회의 변화 속에서 모계 전통이 마주한 도전과 그 의미를 조명하며, 베트남 문화의 다양성과 모계 전통의 가치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베트남 사회의 주류: 킨족(Kinh)의 부계적 전통

베트남 모계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다수 킨족의 부계적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킨족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민족 집단으로, '비엣족(Viet)'이라고도 불립니다. 베트남 전체 인구의 약 85% 이상을 차지하며, 베트남의 문화, 역사, 사회 전반에 걸쳐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런 킨족은 오랜 역사 속에서 다른 민족 집단들과 융합하고 교류하며 독자적인 정체성을 형성해 왔습니다. 11세기에서 14세기 리(Lý) 왕조와 쩐(Trần) 왕조 시대에 유교가 국가 이념으로 채택되면서 중국 문화와의 연관성이 더욱 깊어졌고 부계사회적 기틀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킨족 사회는 다음과 같은 부계적 특징을 강하게 나타냅니다.

  • 성씨 계승: 자녀는 아버지의 성씨를 따릅니다. 이는 가문의 연속성을 남성 중심으로 이어가는 중요한 방식입니다.
  • 재산 상속: 전통적으로 가문의 주요 재산(특히 토지)은 아들에게 상속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딸은 결혼 시 일정 지참금을 받지만, 가문의 핵심 자산 상속에서는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제사(조상 숭배): 조상 제사는 주로 장남 또는 아들들이 주관합니다. 여성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거나, 결혼 후에는 남편 가문의 조상을 섬기게 됩니다. 가문의 영속성은 남성 후계자를 통해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 결혼 후 거주: 결혼 후 여성은 남편의 집으로 들어가 사는 부거제(父居制, Virilocal residence)가 일반적입니다. 이는 여성이 출가외인(出嫁外人)으로 여겨지는 인식과 관련됩니다.
  • 가계 계승: 가문의 대는 아들을 통해 이어진다고 여겨지며, 아들을 낳는 것이 중요한 의무로 간주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킨족의 강력한 부계 전통은 베트남 사회 전체를 부계 사회로 일반화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지만, 베트남 문화의 전체 그림은 아닙니다.

2. 베트남 모계 사회 전통의 현상: 소수민족 이야기

베트남에는 54개 민족이 공존하며, 이 중 일부 소수민족은 뚜렷한 모계 사회 전통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민족으로는 참족(Chăm, Người Chăm), 에데족(Êđê, Người Êđê), 자라이족(Jarai, Người Gia Rai), 므농족(Mnông, Người M'Nông), 라글라이족(Raglai, Người Raglai), 꺼호족(Cơ Ho, Người Cơ Ho) 등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Tây Nguyên)와 중남부 해안 지역(닌투언, 빈투언 성 등)에 거주합니다.

이들 모계 사회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모계 혈통 계승: 가계는 어머니의 혈통을 따라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어머니의 성씨나 씨족(Clan) 명칭을 따르며, 자신의 정체성을 모계 혈족과의 관계 속에서 찾습니다.
  • 모계 상속: 토지, 가옥, 가축, 귀중품(특히 전통 구슬, 징 등)과 같은 주요 재산은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상속됩니다. 특히 막내딸이 가옥과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상징적인 물건들을 상속받아 어머니를 봉양하고 제사를 주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여성이 가문의 중심이자 연속성을 담보하는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 처가 거주(모처 거주) 결혼: 결혼 후 남성이 아내의 집이나 마을로 들어가 사는 처가살이(Uxorilocal/Matrilocal residence)가 일반적입니다. 남성은 아내 가족의 일원으로 편입되어 노동력을 제공하고 생활을 함께 꾸려나갑니다. 남성의 원래 가족과의 유대는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습니다.
  • 여성의 높은 지위와 의사결정권: 가정 내에서 여성(특히 어머니 또는 아내)의 발언권과 영향력이 강합니다. 재산 관리, 자녀 양육, 중요한 가정사 결정 등에서 여성의 역할이 중심적입니다. 일부 공동체에서는 여성이 마을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거나 종교적 의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주의: 이를 완전한 '여성 지배'의 모권제(Matriarchy)로 보기보다는, 여성이 사회 구조와 혈연관계의 중심축을 이루는 모계제(Matrilineality)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 결혼 주도권: 전통적으로 여성이 남성에게 먼저 청혼하는 풍습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 과정에서도 여성 측 가문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 모계 조상 숭배: 일부 민족에서는 모계 조상을 기리는 의례가 중요하게 여겨지며, 가계의 수호신이나 창조 신화에 여성적인 존재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모계 사회 전통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이유

베트남 소수민족들이 모계 사회 전통을 형성하고 유지해 온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 역사적, 경제적 요인:
    • 농업 방식: 일부 학자들은 특정 농업 방식(예: 화전 농업, 여성 중심의 농사)이 여성의 경제적 역할과 사회적 지위를 강화시켜 모계 전통의 기반을 마련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토지 소유 및 경작권이 모계를 따라 이어지는 것은 여성의 노동력과 생산 활동의 중요성을 반영합니다.
    • 역사적 배경: 참파 왕국(Champa)의 후예인 참족처럼, 고유한 왕국과 문화를 가졌던 민족들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사회 구조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외부 세력(주로 부계 중심의 문화)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모계 전통이 강화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 정착 및 이동 패턴: 특정 지역에 모여 사는 정착 방식이나 이동 패턴이 모계 중심의 혈족 집단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 문화적, 종교적 요인:
    • 우주관 및 신화: 여성적인 힘, 대지모신(大地母神), 여성 창조주 등에 대한 믿음이 강한 문화에서는 여성이 생명과 풍요의 근원으로 여겨지며, 이는 모계 중심의 사회 구조를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에데족의 서사시 등에는 이러한 세계관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 혈연 및 친족 관계 인식: 혈연관계를 어머니 쪽으로 계산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화적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상속, 거주, 사회적 역할 분담 등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 공동체적 가치: 모계 사회는 강한 공동체적 유대를 바탕으로 합니다. 모계 혈족을 중심으로 한 협력과 상부상조는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에 필수적이었으며, 이는 모계 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 사회 구조적 요인:
    • 씨족(Clan) 시스템: 많은 모계 사회는 모계 씨족을 기반으로 조직됩니다. 씨족은 결혼, 사회적 지위, 의례 참여 등을 규정하는 중요한 틀이며, 개인의 정체성은 씨족과의 관계 속에서 규정됩니다. 이러한 씨족 시스템은 모계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사회 구조입니다.
    • 정체성 유지 및 저항: 다수 민족인 킨족의 문화적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소수민족에게 모계 전통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인하고 외부 문화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4. 현대 사회 속 모계 전통의 변화와 도전

오늘날 베트남의 모계 사회 전통은 여러 가지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 킨족 문화 및 시장 경제의 영향: 전국적인 교육 시스템, 미디어, 행정 시스템 등은 주로 킨족의 부계적 가치관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 경제의 확산은 전통적인 공동체 기반 경제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개인의 경제적 성공을 중시하는 풍조는 전통적인 상속 방식이나 가족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법률 및 행정 시스템: 베트남의 공식 법률(결혼 및 가족법 등)은 남녀평등을 지향하지만, 실제 운영이나 사회적 통념 속에서는 부계적 관행이 우선시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계적 관습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의 성씨 등록 시 아버지 성을 따르도록 권장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교육 및 외부 세계와의 접촉 증가: 젊은 세대는 교육을 통해 외부 세계와 더 많이 접촉하게 되면서 전통적인 가치관과 다른 사고방식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로 이어져 전통 계승에 어려움을 겪게 하기도 합니다.
  • 남성의 역할 변화 요구: 전통적인 처가살이 방식이나 가정 내 여성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일부 남성들이 변화를 요구하거나 외부 사회의 부계적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모계 전통은 여전히 해당 민족 공동체의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자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 남아 있습니다. 많은 공동체에서 전통 의례, 언어, 복식 등과 함께 모계적 관습을 지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베트남 문화의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거나 문화 연구의 대상이 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합니다.

결론: 존중받아야 할 베트남의 모계 유산 

결론적으로, 베트남은 킨족 중심의 강력한 부계 사회라는 일반적인 인식 너머, 중부 고원과 남부 해안 지역의 참족, 에데족, 므농족 등 여러 소수민족 공동체 안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모계 사회 전통을 품고 있습니다. 이들 사회는 단순히 혈통을 어머니 쪽으로 잇는 것을 넘어, 재산 상속(특히 딸 중심), 결혼 후 남성의 처가 거주, 가정 및 공동체 내 여성의 중요한 역할과 권한 등 독특하고 체계적인 사회 구조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러한 모계 전통의 뿌리는 여성의 경제적 역할이 중요했던 역사적 농업 방식, 여성적 힘을 숭배하는 고유한 우주관과 신화, 그리고 외부 문화의 영향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 등 복합적인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닿아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급격한 변화, 즉 시장 경제의 확산, 주류 문화의 영향력 증대, 법률 및 행정 시스템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베트남의 모계 전통은 분명 변화의 압력과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통적인 관습이 약화되거나 변형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모계 전통은 해당 소수민족들에게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구성하고 미래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입니다. 이는 베트남 전체의 문화적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는 귀중한 요소이며, 사회 통합 과정에서도 반드시 존중되고 고려되어야 할 가치입니다. 따라서 베트남 모계 사회 전통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존중, 그리고 그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려는 노력은 베트남 사회의 건강한 발전과 문화적 풍요를 위해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들 모계 전통이 현대 사회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그 명맥을 이어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