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2004년부터 베트남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일들을 행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베트남을 향한 제 마음을 표현한다면, 이런 마음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어딘가 익숙하고 따뜻한 공기가 먼저 반겨줍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동남아 여행을 떠올릴 때 주저 없이 ‘베트남’을 가장 먼저 입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왜 유독 한국인은 베트남에 열광하고, 베트남은 한국인을 그토록 반갑게 맞이해 줄까요? 숫자로 증명되는 객관적인 통계 데이터와 현지에서 마주친 기분 좋은 일화들을 통해, 두 나라가 맺고 있는 각별한 애정의 온도를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1. 숫자가 말해주는 베트남 사랑: “4명 중 1명은 한국인”
흔히 ‘다낭시 경기도구’라는 유쾌한 농담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다낭 미케비치 앞을 걷다 보면 서울 강남역이나 판교 골목을 걷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닙니다. 실제 수치가 이를 명확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국가관광국(VNAT)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은 약 457만 명에 달했습니다. 같은 해 베트남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약 1,760만 명이었으니, 베트남에 입국한 외국인 4명 중 1명 이상(약 26%)이 한국인이었던 셈입니다.
중국, 대만, 미국 등 쟁쟁한 국가들을 제치고 한국은 당당히 베트남 인바운드 관광 시장 압도적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 주요 여행사(하나투어·모두투어)와 글로벌 여행 예약 플랫폼의 예약 데이터에서도 베트남은 일본과 함께 언제나 1~2위를 다투는 부동의 최선호 여행지로 꼽힙니다.
여기에 더해 단순히 여행으로 스쳐 지나가지 않고 베트남에 터를 잡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대한민국 외교부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현재 하노이와 호찌민 등을 중심으로 약 17만~18만 명에 달하는 한국 교민, 주재원, 유학생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활기차고 규모가 큰 한인 커뮤니티 중 하나가 바로 이곳 베트남에서 매일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2. 여행지에서 마주친 기분 좋은 순간들
통계 숫자가 이성적인 지표라면, 현지에서 몸소 겪는 경험은 감성을 채워주는 순간들입니다. 베트남 곳곳을 여행하며 만난 따뜻한 에피소드 몇 가지를 나누어 봅니다.
① “박항서 감독님의 나라에서 오셨군요!”
하노이 구시가지의 작은 노포 쌀국수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목욕탕 플라스틱 의자에 옹기종기 앉아 뜨끈한 포보(소고기 쌀국수)를 들이켜고 계산을 하려는데, 백발의 주인 할아버지가 불쑥 환하게 웃으며 “한꿕(한국)?” 하고 물어보셨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자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들며 외치셨습니다.
“오! 팍항서! 웰컴!” (요즘은 '김상식 감독'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고는 돈도 받지 않으시고 테이블 위로 갓 튀긴 꽈배기 모양의 ‘꿔이(Quẩy, 국물에 적셔 먹는 튀김빵)’와 시원한 짜다(Tra Da, 연한 녹차) 한 잔을 서비스라며 내밀어 주셨습니다. 낯선 이국땅에서 국경을 넘어 순수한 호의를 선물 받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것은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낭만이 아닐까 싶습니다.
② 취향을 저격당한 다낭 야시장의 한마디
다낭의 야시장 과일 가게를 지날 때였습니다. 망고를 고르고 있자 상인 분이 아주 능숙하고 또랑또랑한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사장님, 이거 달아요! 서비스 많이 줄게요, 깎아 줄게요!”
그 억양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그분의 유머 감각이었습니다. 고수를 빼달라며 서툰 베트남어로 “콩 라우 무이(Không rau mùi)”라고 속삭였더니, 상인 분이 바로 한국어로 “노(No) 고수? 오케이, 고수 빼고 달콤한 망고 덤 하나 더!”라며 윙크를 건네더군요. 여행객을 향한 이런 유쾌한 장난과 넉살 좋은 미소 덕분에 베트남에서의 하루는 늘 웃음으로 채워집니다.
3. 한국인은 왜 베트남에 푹 빠졌을까?
수많은 동남아 휴양지 중에서도 유독 한국인이 베트남을 끊임없이 다시 찾는(N차 여행) 이유는 무엇일까요?
1) ‘비행 4시간 반’이 주는 심리적 편안함
인천은 물론 김해(부산), 대구, 청주, 제주 등 전국 거점 공항에서 하노이, 호치민, 다낭, 나트랑, 푸꾸옥으로 매일 직항 항공편이 뜹니다. 비행 시간도 4시간~5시간 안팎으로 짧아 주말을 낀 3박 4일 일정으로도 큰 피로감 없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장점입니다.
2) 마음껏 누리는 5성급 호캉스와 스파의 가성비
국내나 유럽, 미주에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 가격으로 최고급 5성급 리조트와 프라이빗 풀빌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고급 리조트에서 조식을 즐기고, 1일 1 스파 마사지를 받으며 여유를 부리는 ‘가성비와 가심비의 완벽한 조화’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더없는 휴식을 선사합니다.
3)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는 미식(Gourmet)의 천국
베트남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과 놀라울 정도로 잘 맞습니다. 맑고 깊은 사골 육수를 베이스로 한 쌀국수, 숯불 돼지고기와 새콤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진 분짜, 바삭한 바게트 속에 신선한 채소를 채운 반미 등은 매일 삼시 세끼를 먹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젓갈 혹은 젓갈액과 같은 것으로 이탈리아에 앤초비가 있다면 베트남에는 생선 소스라 불리우는 '느억 맘'이 있습니다. 이것의 짧짤한 맛은 모든 기름에 튀긴 음식 혹은 각종 비빔 쌀국수와 찰떡의 궁합으로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습니다. 최근에는 진한 연유를 넣은 카페 쓰어다(Cà phê sữa đá)나 부드러운 코코넛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 투어를 떠나는 여행객도 많습니다.
4) 여행 스타일별로 고를 수 있는 다채로운 도시들
베트남은 방문하는 도시마다 전혀 다른 매력을 뽐냅니다.
- 다낭 & 호이안: 초보 여행자와 아이·부모님을 동반한 가족 여행의 성지
- 나트랑(냐짱): 잔잔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활기찬 해양 액티비티, 호캉스 중심 휴양지
- 푸꾸옥: 맑고 투명한 바다와 최고급 리조트 단지가 들어선 프리미엄 힐링 여행지
- 달랏: 연중 선선한 고원 지대의 봄 날씨와 유럽풍 로맨틱한 풍경
- 하노이 & 호찌민: 활기 넘치는 오토바이 행렬과 유구한 역사, 트렌디한 로컬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대도시
4. 요약: 베트남과 한국이 나누는 특별한 교감
| 비교 항목 | 주요 특징 및 지표 |
| 연간 방문객 | 약 457만 명 (전체 외국인 중 1위, 약 26% 점유) |
| 현지 교민 규모 | 약 17만~18만 명 (동남아 최대 한인 커뮤니티 형성) |
| 대표 인기 여행지 | 다낭, 나트랑, 푸꾸옥, 하노이, 호치민, 달랏 |
| 주요 매력 요인 | 4시간대 짧은 비행거리, 훌륭한 가성비 리조트, 거부감 없는 미식 문화 |
마치며: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곳
한국인에게 베트남은 이제 단순한 해외 여행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퇴근 후 가벼운 마음으로 공항으로 향해 주말을 보내고 올 수 있는 친숙한 휴식처이자, 길거리 어디서나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받는 기분 좋은 이웃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말,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면 따뜻한 바닷바람과 진한 연유 커피의 달콤함이 기다리고 있는 베트남으로 비행기 표를 끊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곳에 발을 딛는 순간, 왜 그토록 수백만 명의 한국인이 베트남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는지 온몸으로 느끼시게 될 것입니다.